본문 바로가기

Zeitgeist

'블로터닷넷'의 댓글폐지 정책을 보며 느낀점!

며칠 전 블로터닷넷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4월 1일이었군요) 기사를 한참 읽다가 하단에 댓글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공지를 봤기 때문입니다.

... 블로터닷넷은 댓글기능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기사에 의견을 주실 분들은 트랙백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좋아하는 블로터닷넷


제가 블로터닷넷을 자주 가는 이유는 저랑 기사가 잘 맞는 것 같아서입니다. 뉴스들의 카테고리 구성과 기사의 논조가 - 제가 기사 작성법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 왠지 머랄까... 직장 선배나 동료들하고 업계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을 느낍니다, 그리고 메뉴 네비게이션 같은 경우도, [뉴스와 분석] [SOCIAL IT] [오픈컬처] 이런 메뉴도 좋아합니다.


또 한가지는 광고가 적기 때문입니다.

오른쪽 이미지, 다들 익숙하시죠? 페이지 스크롤과 따라다니는 광고인데 Eye-Tracking이 높다보니깐 성인광고가 주로 들어갑니다. 이것 때문에 사이트 열기도 민망해집니다.

위에 블로터닷넷 스크린샷 보시면 알겠지만 좌측 광고 인벤토리는 있는데, 성인광고는 없습니다. 첫화면을 보면 인터넷, 게임, CPU 등의 광고가 있지만 대부분 IT이지요. 기사나 전체 사이트와 관련도가 높습니다.


낚시성 광고에 자꾸 distracted 되어 시간을 빼앗는 것이 싫습니다. 저희가 한 석사 논문을 도와드리고 있는데요. 그 분의 실험주제가 광고의 수와 종류, 인벤토리 위치에 따른 기사의 신뢰도 및 이용자가 느끼는 가치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흥미롭죠? 정말 그 광고들이 효과는 있는 걸까요? 결과가 나오면 공유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어쨌거나,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아쉽습니다. 블로터닷넷 공지에 보면 대표님이 댓글을 폐지한 연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놓으셨습니다.(링크)

(중략) 블로터닷넷은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지지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꼭 실명 확인 후에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소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반대하는 실명제를 불가피하다는 핑계로 슬그머니 도입하려니 부끄러웠습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현행법을 위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방법은 댓글 자체를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댓글이나 게시판 같은 의사표현 창구가 없다면 본인확인제 의무대상자라 하더라도 본인확인 조치를 할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중략)


아쉬운 첫 번째 이유는, 이러한 조치가 "법적" 이라는 것입니다.

법에 의하여 강제되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지키지 않으면 법에 어긋나게 되고 처벌이나 불이익을 받겠지요. 실명제나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이유는 악플로 인해 자살한 연예인들과 명예훼손 사건들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문제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법적으로 접근하기 이전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혹시 이 것을 경제적인 (시장) 논리를 사용하여 해결할 수는 없는지, 구조나 시스템의 문제는 아닌지, 규범은 어떠한지 면밀히 검토하고 시도한 후에 법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개인적 의견입니다.


두번째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한 "댓글"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2008년도에 네이버 자료를 MBC에서 보도했던 것에 따르면 댓글을 다는 유저수는 전체 방문자의 약 5% 정도이고, 악성댓글 - 물론 기준은 모호하지만 - 을 작성하는 악플러는 0.3%~1%로 집계되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기억하는데, 출처를 다시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저희가 사업계획서를 발표하는 자리가 있을 때, 댓글 시스템을 만든다고 하면 대부분 이렇게 물었습니다. 

"댓글을 이렇게 적은 사람만이 쓰는데 소셜댓글시스템이 필요한가요?"

저희는 "정반대입니다. 5%만의 사용자만으로 댓글문화가 이렇게 활발한데, 나머지 95% 사람들이 참여한다면 얼마나 풍성해지겠습니까?" 라고 답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구조(architecture)가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고 '댓글을 쓰기 두렵게 만드는 심리적인 장벽'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댓글의 양이 많아지면 악성댓글의 비중은 감소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차후에 또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댓글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은, 댓글이 단순한 '기술'이나 인터넷 공간상에서 본래 콘텐트 아래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덧대어 쓰는 글이라는 원래의 의미를 되살려볼 때, 어떠한 글에 대해서 논하는 2차 생산되는 텍스트 (정보)는 댓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최근들어 은연중에 (굳이 은연중에도 아니네요..) 댓글을 쓰기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댓글의 "표현의 자유", "Freedom of speech"라는 중요한 가치와 얼마나 밀접하게 닿아있는지 역설합니다. 

(이미지 출처 링크)

문득 생각나네요. 미국의 수정헌법의 제 1조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것입니다. "의회는 발언의 자유, 언론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 권리, 불만을 시정하기 위해 정부에 청원하는 권리를 박탈하는 입법을 할 수 없다."라는 내용의 골자입니다. 오해마세요. 제 정치적인 성향이 아니라, "댓글 쓰기"이라는 의사소통의 한 방법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더 논의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이 길어졌네요.. 라이브리가 블로터닷넷에게 도움을 드릴 수는 없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